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심천(SHENZHEN) 1박2일 출장 길

카테고리 없음

by 뒷돌 2019. 11. 8. 00:40

본문

2019년 11월 5일 지방에서 중국 심천까지의 험난한 여정...

늘 그렇듯 지방에서는 인천공항까지의 거리도 만만치 않은 일정을 소화할 수 밖에 없다. 공항까지 시간 빠르면 3시간 30분..  새벽 2시 30분 첫 리무진을 타고 깜깜한 밤 캐리어 바퀴에 혹시나 잠못드는 사람있을까봐 굴리지도 못하고 들고서 어두운 밤길을 나선다.

6시가 조금 넘으니 인천공항 2터미널의 시간도 점점 분주해진다. 서둘러 조회를 하는 직원들.. 면세점 영업을 이미 시작했거나 곧 내려진 셔터를 올리려는 사람들 이른 새벽시간임에도 공항안은 늘 그렇게 분주하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때론 피곤함이 엉켜진 곳이다.

서서히 해도 뜨기 시작하는 시간 SHENZHEN(선전)행 대한항공 KE827편은 7시 45분 탑승을 시작한다. 그렇게 탑승준비 완료.. 8시 15분 비행기는 선전(심천)을 향해 이륙한다.

이미 새벽 2시부터 시작한 일정으로 몸도 마음도 피곤한 하루의 시작이다. 

닭고기와 오므라이스중에 고를 수 있었던 반가웠던 아침식사.. 사실 새벽시간에 물을 한잔 마실 수도 무언가 요깃거리를 사기도 애매했던 시간과 공간안에서 더 길게만 느껴졌던 물한잔과 음식들... 그래서 그런지 충분히 먹을만하다는 생각으로 혼자만의 아침을 즐긴다.

4시간의 비행시간동안 책이라도 읽을까 하고 가져간 두꺼운 책한권은 괜히 가져왔나 싶은 생각이 들정도로 이미 비행기 좌석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머릿속은 비몽사몽이고, 눈은 반 이상이 감긴상태로 헤드폰도 끼지 안은 그냥 어딘지 잘 모르겠는 중국 소개 영상을 켜놓고 아무 생각없이 바라본다.

역시 여행과 출장을 위한 비행은 그 경계가 모호하지만 이렇게 바로 다시 돌아올 여정으로 하루만에 가야하는 머나먼 길은 이미 시작부터 사람의 에너지를 대부분 빼앗아가 버린다.

그렇게 4시간을 달려 어느덧 도착한 SHENZHEN(심천) 바오안 국제공항.. 온통 안팎으로 구멍이 뚫려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공항은 여전히 그 모습이다. 처음에 왔을 때 참 신기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방문하고 보니 공항건물이 반갑게 느껴진다. 내가 너를 기억하고 있었어... 내가 다시 왔단 말야...

할 일이 태산인데 오늘따라 캐리어는 어찌 이리도 나오지 않는지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님(?)을 기다리며 그렇게 10분을 훨씬 넘기니 내 앞에 나타난 캐리어는 뭔가 낯설어진 모습으로 '나 엄첨 고생했단 말이에요..ㅠㅠ'를 외치며 나에게 돌아온다. 캐리어 보호를 위해 튼튼한 밴드를 하나 구해 처음 개시했던 빨깐색 캐리어밴드는 그렇게 나를 외면하고 떠나버렸다. 한번의 비행으로... (그는 좋은 밴드였습니다.ㅠㅠ) 누가 탐나서 빼갔는지.. 빨간색이라 맘에 들었나? 다른 사람들 밴드는 잘만 채워져 나오더니 왜 내 밴드는 제대로 사용한번 못해보고 내곁을 떠나가 버렸는지....

공항에서 미리 예약해둔 렌트카(기사님 포함)를 타고 한시간여를 달리자 공장지역으로 들어선다. 내가 가야할 목적지이기도 하고.. 참고로 택시를 이용하거나 렌트(기사포함)를 하거나 비용은 비슷하게 들어간다. 택시는 기다리고, 택시 잡아타야하는 시간이 걸리지만 필요할 때만 이용하기에 다른 신경쓸 일이 없다.

렌트는 국제면허증이 통용되지 않는 국가이기에 기사를 포함해야하는데 하루 이용금액 500위안(약85,000원)에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모두 포함해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점심도 같이 먹을 수 있고 나름 맛집 안내도 해준다. 말이 통한다면.. 안타깝게도 나는 중국어는 인삿말밖에 하지 못하는데 기사님은 영어를 인삿말만 하는 정도라 서로 편하게 그냥 자기 나라 말하며 웃음으로 여기? 저기? 아~ 고마워요~~등등만 남발하며 첫만남을 시작한다.

선전(심천) 외곽에 마땅히 깨끗한 곳에 갈곳이 없어 기사님의 추천으로 나름 깨끗한 쇼핑센터안으로 들어가니 다양한 음식점이 줄지어 있다. 그 중 가장 중국스럽고 이곳이 중국임을 느낄 수 있는 음식점에서의 점심식사..

사진을 찍었으면 좋은데 평소 사진 찍는데 익숙치 않아 찍지 못해 아쉽다.

이런 메뉴들을 파는 곳인데 게.. 새우.. 닭.. 돼지.. 개구리까지 다양한 식재료로 똑같은 음식을 만들어 파는 것 같다. 철판처럼 생긴 냄비에 빨간 양념과 떡, 감자를 넣고 새우, 게를 섞어 매콤하게 만든 요리와 공기밥, 그리고 물한병을 시켜 먹으니 중국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은 드는데 자꾸만 김치를 찾게 되고 뭔까 떠먹을 것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건 역시 한국사람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 맵지 않아 이곳에 온다면 꼭 가봐도 좋을 곳... 

참고로 다른 음식 모르겠으면 소고기요리를 시키면 대부분 한국사람의 입맛엔 잘 맞는 편이라고 한다.

나름 큰 공장이다. 다양한 아이템을 제조, 가공한다. 취급하는 물품도 IT, 가전 분야 등등 다양하다. 사장님이 76년생이라는데 성공한 사업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겸손하기까지.. 그건 참 맘에 드는 사장님이다. 나보다 4살 어리니 말만 좀더 잘 통한다면 동생삼고 싶은..ㅎㅎ 이참에 중국어를 배울까 싶기도 한다...

이곳 심천 대표맥주라는데 늘 중국엔 칭따오 맥주만 먹다가 새로운 맥주를 한잔 마시니 하루동안의 피로가.. 그리고 할일 다했다는 안도감에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나에게 3병이나 마셨다고 과음한거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사장님께 괜찮다고 말을 했지만 사실 430ml짜리 맥주 3병 먹었다고 과음이란 말을 하기엔 난 한국사람인데..ㅎㅎ 이렇게 미지근하지 않고 좀더 시원했다면 한박스도 마신다구요 뭘...ㅎㅎ 사장님의 배려로 후베이성의 전통요리를 다양하게 맛보고 많은 대화를 나눴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런 좋은 사람을 만나고 이런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것으로 이번 출장은 성공한게 아닌가 싶다.

다시 내일 출국을 위해 심천 공항에서 40분 거리에 예약해둔 호텔로.. 드디어 나도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다. 만화국제호텔(萬華國際酒店), 하룻저녁 숙박비는 389위안(68,000원)정도이고 시설이 아주 깨끗하고, 아침식사도 포함.. 주변엔 스타벅스, 백화점, 대형수퍼, 도심형 놀이공원등이 있는 곳이라 나름 번화가이고 안전하다. 밤거리를 마음껏 걸어도 괜찮아 보이지만 그건 생략한다. 호텔 근처 찍어둔 사진으로만.. 사실 나가서 걷고 싶었는데 혼자서 다리도 아프고, 피곤하고, 그리고 너무 많이 졸린탓에 그대로 호텔에 도착후 쓰러져 버린탓에....

호텔 앞 상가들
호텔 앞 조그만 도심 놀이공원

아침 조식은 7시부터 시작인데 화려하진 않지만 비즈니스 호텔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200%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많은 외국인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특히 매우 인자하게 생긴 머리를 깨끗하게 밀었던 주방장님의 음식에 쏟는 정성이 느껴지는 섬세한 곳이다. 간단한 아침식사 이후 좀더 여유를 부리고 싶은 내마음과 달리 다시 공항으로 가야하는 시간이 좀 아쉽긴 하다.

소파위에 겉옷만 던져놓고 잠들어버린 피곤한 여행자를 편하게 쉬게 해준 아늑한 방과 이별을 고하고 다시 바오안 국제공항으로 간다. 어제 하루 이용했던 기사님과 정이 들었는지 말도 통하지 않으면서 아침에 와달라고 하니 기꺼이 다시 와주셔서 공항엔 아주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물론 비용은 100위안(17,000원)..ㅎㅎ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대한항공 KE828은 오후 12시 40분에 출발한다. 수화물 부치고, 탑승수속까지 마친시간이 11시가 되지 않아 공항 한 구석 아주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어제 읽지 못한 두꺼운 책한권을 꺼내 나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여기가 어디지?

가끔 혼자서 한적한 공항에 있다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좀 헛갈릴때가 있다. 바로 지금이 그 순간이다. 북적대는 사람들과 최대한 멀리했기에 한적한 그리고 그다지 안내방송도 자주 나오지 않는 곳.. 그래서 나만의 시간을 최대한 마음껏 이용가능한곳... 그런 시간들이 이런 출장을 그나마 아름답게 해주는건 아닐까 하고 위안을 삼는다.

야속한 비행기는 드디어 한국땅에 왔다는 기쁨을 접어두고 공항 활주로가 혼잡하니 하늘에서 20분을 시간보내다 오란다. 비행기보고 공중에서 뭘하면서 시간보내라는지.. 애꿎은 서산 바다위를 빙빙돌다 20분을 떼우고 드디어 인천공항 착륙... 인천공항 도착시간 오후 5시 20분경... 도대체 이틀동안 몇시간.. 몇킬로를 이동하고 있는건지...

더욱 절망적인건 앞으로 집까지 도착하려면 5시간은 더 걸린다는..ㅠㅠ 실제로 나는 집에 10시 50분이 되어 도착했다.

배고프고, 다리도아팠던, 그리고 내일 아침 눈뜨면 다시 출근해야하는...

이런게 인생이지 뭐...ㅎㅎ